[Short Stories] Saccade (부스터 이야기) Pt. 1

2009.04.16 07:02

DeftCrow 조회 수:6268 추천:2

출처: http://www.eveonline.com/races/saccade/


 


이야기가 페이지 별로 끊어져 있으므로, 제가 재량으로 파트를 나누어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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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칸(Arkhan)은 발소리를 죽이면서 골목으로 들어섰다. 양 옆으로 황폐한 건물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막다른 길이었다. 주변에 흩어진 쓰레기와 벽돌 파편 외에 눈길을 끄는 물체라고는 건물 한쪽에 있던 문밖에 없었다. 목재로 만든 문은 이미 그슬리고 썩은 지 오래라, 마치 문고리를 돌리면 한 쪽이 뜯어져 나갈 것 같은 모양새였다.


 


아르칸은 문 앞에서 눈을 감고는 숨을 깊이 들이켰다. 도시에서 밀려 올라오는 악취, 매연과 썩은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러댔다. 근처에 있던 도축장과 임플란트 공장에서 역시 특유의 냄새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피 냄새와 실리콘 냄새를 동시의 맡은 그의 머릿속은 멀미로 어지러웠다. 그는 그러고는 문을 열어 젖히고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건물은 이미 오랜 세월동안 버려져있었고, 집 없는 거지조차 접근하지 않는 장소였다. 위를 향한 표면에는 대부분 먼지가 두껍게 쌓여있었으나, 바닥은 너무나 오랫동안 오물을 뒤집어쓴 나머지 이전에 누가 지나갔는지조차 구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앞으로 여덟 보를 걷자 방이 하나 나타났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여덟 발자국을 떼자 벽이 나타났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인기척을 내서 자신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하지도 않았다. 대신 눈을 감고는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만약 주변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면 감시 장치가 내는 고주파음을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그 소리도 단순한 이명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곧 벽의 일부가 소리 없이 뒤로 젖혀졌고, 옷장보다 조금 큰 정도의 공간이 나타났다. 아르칸은 잠시동안 이 모든게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젖힌 문 뒤에 "잡았다!"고 적힌 종이 한장만이 덩그러니 붙어있는 막다른 길일수도 있지 않은가. 본능적으로 당장 뒤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지만, 그의 마음 일부에서는 그렇게 도망치려 하다가는 끝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게다가, 이 건물 밖에 남겨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돈도, 직업도, 집도, 가족도 없지 않은가. 혹시 저들의 손아귀를 간신히 피해 달아난다고 해도 겨울을 넘기지 못할게 뻔했다. 일자리를 제안 받은 몸이니, 제안에 응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리라.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문이 소리 없이 닫혔다. 방은 완전히 어둠에 싸여버렸다.


 


몸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것 같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방이 멈추고 문이 다시 열렸다.


 


아르칸 앞에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를 짧게 다듬고 깨끗하게 면도를 한 모습이었다. 무표정한 얼굴을 했지만, 입 꼬리에 아주 살짝 미소가 담긴듯 했다. 남자가 악수를 청했고, 아르칸도 손을 내밀어 응대했다.


"일이 잘못되면 당신을 없애는 수 밖에 없소. 잘 아시리라 믿겠소."


"아. 그 때를 대비해서 항상 도망칠 준비는 되어있지요." 아르칸이 대답했다.


두 남자는 잠시 서로를 마주보면서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이 남자에게 곧바로 죽임을 당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르칸은 이 친구가 꽤 마음에 들었다.


"멜락(Melak)이라 부르시오." 남자가 말했다.


"따라 오시오. 구경 시켜 드릴테니."


그가 고개를 돌리고 걸어나가자 아르칸도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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