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ies] Saccade (부스터 이야기) Pt. 2

2009.04.17 09:11

DeftCrow 조회 수:4471 추천:11

출처: http://www.eveonline.com/races/saccade/


 


아르칸은 주인공. 멜락은 그의 예비 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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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락과 아르칸은 희미하게 불이 밝혀진 복도를 지났다. 비록 환기 장치는 보이지 않았지만, 닫히고 버려진 공간에서 흔히 느껴지는 답답한 정적은 없었다. 곧 문에 도착한 아르칸의 코에 진한 꽃 향기, 흙 냄새, 그리고 다른 모든 냄새를 덮는 땀내가 느껴졌다.


 


문 너머에 우주선도 들어갈만한 거대한 온실이 펼쳐졌다. 벽과 천장에 눈부신 전등이 붙어있었고, 그 때문인지 온실 안은 마치 한낮처럼 느껴졌다. 벽에는 흰색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그 위에 글씨가 씌여 있었는데, 멀리서는 '10'과 '50'이란 숫자 밖에 보이지 않았다.


 


멜락을 따라 중앙의 길을 따라가던 아르칸의 눈에 온갖 식물들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대부분은 가볍게만 차려입었고, 짧은 바지와 함께 하얀 러닝 셔츠나 브래지어를 겨우 걸친 정도였다. 남자들은 머리를 밀고는 하얀 수건을 매었고, 여자들은 머리를 길게 기를 수 있었지만 대신 일 하는 동안에는 뒤로 묶고 있어야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멜락이 물었다.


"대단한데요." 그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 건가요?"


"온실마다 다르지. 여기엔 대략 200에서 210명 정도 있고. 기르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사람 수는 얼마든지 달라진다네. 다 해서 겨우 서른명 정도가 일하는 곳도 있고, 여기보다 더 큰 온실도 있지."


 


둘은 계속 가운데 난 길을 따라 걸어갔다. 아르칸은 곧 여기 있는 사람들이 수갑이나 목줄 같은 것에 구속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두명 체격이 좋은 자들이나 발에 족쇄를 차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죄수인가요?" 아르칸이 물었다.


"아니." 멜락이 대답했다. "원할 때면 언제든지 도망가서 총에 맞을 수 있거든."


아르칸이 웃었다. "네, 네, 하하하. 그렇죠." 그는 이렇게 그를 옥죄고 있는 긴장감에 맞서고 있었고, 멜락의 짖궂은 농담도 그를 안심시키려는 목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대수롭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좀 고맙기는 했다.


"그래도.." 아르칸이 말을 이어갔다. "저 사람들을 믿을 수 있다는 겁니까? 저렇게 손에 흙 묻히는 일을 즐기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특히 자기가 원하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분명 짧은 시일 내에는 저들을 풀어줄 생각도 없으신 것 같은데..?"


"믿음이란건 존재하지 않지." 멜락이 말했다. "오직 희망과 기대만 있을 뿐일세. 자네의 위치도 둘 중 어느 쪽이 자네에게 적용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그는 허리를 굽히고 있는 죄수 하나를 불러 세웠다. 그가 들고 있는 바구니에는 옆에 있던 키 큰 식물에서 채취한 가는 잎이 수북했다. "어이, 거기 자네!" 멜락이 외쳤다. "여기 있는게 행복한가?"


죄수가 바구니를 내려놓고는 고개를 들었다.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탈출하고 싶나?"


죄수가 이번에는 썩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만약 카메라나 감지기가 없는 곳에서 한 눈 팔고 있는 경비를 만나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


"담배를 건네고 불을 붙이겠습니다!"


멜락이 한 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정말인가?"


"그러고는 담배를 입에 처박고 때려 눕힐 것입니다!"


"좋아. 좋아. 역시 자네 답구만."


죄수는 다시 바구니를 주워들고는 잎을 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변을 붕붕거리며 귀찮게 하는 파리 떼를 쫓기 위해 팔을 휘휘 저었다. 파리 떼가 잠시 머리 위로 올라가더니 이내 제 위치로 되돌아갔다.


 


"저게 뻥이 아니라구요?" 길을 걸으면서 아르칸이 대답했다.


"진짜 경비를 죽이고 탈출하겠다고 한 건가요?"


"죄수를 시켜 마약을 만드는 곳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일을 시킬 생각이지? 매질로? 고문을 가해서?" 멜락이 되물었다. "경비병의 숫자가 죄수의 십분의 일도 안되는데? 만약 문제가 생기면 여긴 즉시 차단되는 거고, 그러면 경비들은 다 죽게 되지 않겠나. 여기 식물들에게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감지되면 즉시 수면 가스가 온실 전체에 투입된다네. 물론 너무 오랫동안 뿌리지는 않지. 죄수들은 물론 경비들의 건강에도 안좋으니까. 우리는 그저 죄수들을 패지는 않는다네."


"체벌이 없다구요?" 아르칸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반란이 일어나면 사형을 가하기는 하지. 그 외에 체벌은 없다네."


"그럼 임플란트를 쓰지 그래요? 통각 자극 장치라던지, 아니면 칼다리에서 쓰는 정신 고문 칩 같은 것 있잖아요. 그렇게 하면 반란이란 걸 일으키지 못할텐데요?"


멜락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첨단 장비라는 건 비싸고 잘 고장나기나 하지. 제대로 된 전자기기라고 부를만한게 딱 하나 있지만, 죄수를 다루는 것 과는 아무 상관없는 장비일세."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


"음... 직접 연관은 없는거지."


"그게 뭔데요?"


"얼굴 스캔 장치." 멜락이 말했다. "그 외에는 최대한 단순하고 튼튼한 도구를 쓰는게 이 곳의 원칙일세. 혹시 천장이 좀 높다고 생각 해봤나?"


"물론이죠."


"절대 이유 없이 그런게 아니지. 애초에 이 곳을 설계할 때, 최대한 건물 밖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했거든. 자신이 갇혀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탈출을 꿈꾸기 마련이니까."


멜락이 땀에 젖은 머리 위에 앉으려는 파리를 손으로 쫓아냈다.


"젠장. 어쨌든... 여기 죄수들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아까처럼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자유 시간도 주어지지. 도서관도 있고, 나름 운동 기구도 갖춰놓았고. 몇군데 손봐야 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구기장도 잘 돌아가고 있지."


"다들 여기서 '오래오래' 살도록 하기 위한걸세. 알겠나, 아르칸?"


아르칸이 고개를 끄떡이고는 한 마디 덧붙이려 했으나, 불현듯 뭔가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제 이름을 아시는군요."


"당연하지. 모를거라 생각했나?"


아르칸이 벙찐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아뇨, 물론 알고 있을 거라 짐작 하기는... 했지만..."


"막상 부딫히지 겁이 났겠지. 안그래?" 멜락이 말했다. "혼자 뿅하고 나타나서, 자기 소개는 한마디도 안했는데, 그래도 이미 자네를 이렇게 잘 알고 있으니 말이야."


"그렇죠." 아르칸이 말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걸세. 자네는 이미 뒷조사를 당했고 통과되었지. 내가 이렇게 자네와 말하고 있는 이유도 자네가 우리를 저버리지 않을 거라 믿어주기 때문이야. 자네가 맘대로 질문하는걸 내가 친절하게 답해주는 것 도 바로 그 때문이고."


멜락이 아르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린 자네를 잘 알아. 그러니 자네도 우릴 알아야 공평하겠지. 어찌 되었든 우리 조립 라인에서 자네가 평생 일하게 될테니까. 아주 오랫동안 이 곳을 집으로 여기고 지내야 하겠지."


멜락이 다시 손을 휘휘 저었지만, 파리가 물러나지 않고 머리카락에 자꾸 달라붙으려 하고 있었다.


 


"한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말하게."


"이렇게 파리가 귀찮으면 그냥 살충제를 쓰는게 어때요?"


갑자기 멜락이 미친듯이 웃기 시작하자 아르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다시 아르칸을 보고는 "미안하지만, 아직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네. 아직은, 말이야. 그저 여기 있는 모든 것처럼, 그 놈들에게도 뭔가 목적이 있다고만 말해주지."


비록 확실한 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아르칸은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대답해주었다는게 놀랍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직 뭔가 숨기는 점이 있어서인지 긴장이 완전히 풀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 숨기는 점이야말로 지금까지 보고 들은게 사실이라는 반증이기는 했지만.


 


둘은 온실의 끝에 다다랐다. 거기서 아르칸은 뭔가 하나를 확실히 해야 된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


"그래서... 고문 같은건 없다구요? 처벌도?"


"혹시 탈출할 생각인건가?" 멜락이 물었다.


"아니... 사실은...."  얼마간 침묵이 흐른 후 그가 답했다.


"그래요. 전 여기서 영원히 갇히게 된거죠. 안그런가요?"


"정확히 그렇지는 않아." 멜락이 말했다. "만약 여기서 제대로 일만 한다면 종종 유급 휴가도 보내줄 수 있지. 단지 이 곳에 대해 발설한다면 얼마 가지 않아 죽기는 하겠지만. 잘 알고 있겠지."


"그래요.." 아르칸이 말했다. "알아요." 그리고는 서서히 발걸음을 멈추고는 근처의 흙더미 하나를 발로 찼다. "진짜 고문 같은건 없는거죠?"


멜락이 잠시 그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따라오게."


그리고는 출구로 나가는 대신 나무들을 헤치며 그 사이로 걸어갔다. 아르칸이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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