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blog.naver.com/deftcrowmk2/60143795396


안녕하십니까. Sanguis Rosa 소속 전투원이자 아마추어 탐사꾼인 DeftCrow RedRiver라 합니다.


이브 온라인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브 온라인의 공간 개념이 많은 MMORPG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2차원 평면, 혹은 3차원 표면으로 된 지도에서 걸어다니는 것이 익숙하신 분들은 3차원 공간을 떠다니는 느낌, 그리고 워프와 점프 같은 개념 등이 헷갈리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설명 글 중 일부는 이동 / 워프 / 점프의 개념을 인간형 캐릭터의 움직임(걷기, 뛰기, 텔레포트 등)에 비유하여 설명하려고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이 역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개념이 헷갈리는 등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섣부른 비유를 최대한 배제한 채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브의 공간 구조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조금 긴 내용이 될지도 모르니, 배경 음악을 깔고 들어가보죠.





우주? 은하?


유저들께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점은 크게 두가지로 나뉠 것입니다.



Space Example JPG.jpg


자기 자신의 함선을 기준으로 한 시점에서는 함선 주변의 방대한 공간이 보임과 동시에 그 공간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 것이고,



Galaxy Map.jpg

은하계 지도를 볼 때는 저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덩어리를 보면서 무언가 혼란스럽고 복잡해보이실 것입니다.


사실 이브 온라인을 오랫동안 한 유저라도 이 방대한 공간과 덩어리를 있는 그대로 모두 살펴보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할 능력이 없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귀찮으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브에 익숙한 유저는 이러한 공간과 덩어리를 효율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익힘으로써 이브의 공간을 자유 자재로 왕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브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 은하계 지도


위에서 보았던 은하계 지도의 일부를 확대해봅시다.


Galaxy Map No Line.jpg


은하계 지도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빈 공간에 점만 찍혀있는 형태입니다.


이 점은 바로 이브에서 유저가 활동하는 배경이 되는 항성계를 나타내며, 모든 유저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러한 항성계 중 하나에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브 유저라면 한 항성계 안에서 영원히 지낼 수 없으니 다른 항성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항성계 사이의 거리는 수 광년에 달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수단으로 건너가기에는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립니다. 그렇다면, 떨어져 있는 항성계, 떨어져 있는 두 점 사이는 어떻게 건너갈까요?


Galaxy Map 2.jpg


바로 점 끼리 선을 연결해서 건너갑니다.

이 선은 두 항성계가 스타 게이트를 통해 연결되어있음을 나타내며, 유저가 어느 게이트를 통해 어디로 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멀리서 봤을 때는 덩어리처럼 보였던 은하계 지도는 사실 공간에 여러개의 점이 떠 있고, 이 점들이 여러개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은하계 지도에 해설을 덧붙인 유저 제작 지도 역시 이 점과 선의 연결 관계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예제: http://evemaps.dotlan.net/map/Domain )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상황에서 숙련된 이브 유저가 바라보는 것은 아래 세가지 사항임을 알 수 있습니다.


=> 나는 어디 있는가?

=> 어디로 가고 싶은가? 목적지는 어디인가?

=> 목적지까지 가려면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하는가?


다른 항성계로 가는 활동을 하는 유저라면 활동 계획을 생각하면서 이러한 세 질문을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묻고 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브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 항성계 지도


항성계는 이브 온라인의 세계에서 실제로 일이 벌어지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흔히 반지름 50~250 AU(1 AU = 150,000,000 km)짜리 구로 간주되고 있으며, 은하계 지도에서 점으로 표현되는 것에 비추어볼 때 굉장히 넓은 공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스테이션에서 처음으로 언도킹을 하신 분들이라면 끝없이 펼쳐진 배경 공간을 보고 막막함과 흥분을 동시에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은하계 지도의 예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숙련된 유저라도 이 모든 공간을 염두에 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따라서, 유저는 항성계라는 공간 전체가 아니라, 항성계 안에서 일이 벌어지는 특정한 지점을 집중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림으로 살펴보시죠.


Star Map.jpg


위 사진은 지도 화면에서 항성계 지도(Solar System Map)를 클릭했을 때 볼 수 있는 지도입니다. 항성, 행성, 소행성대, 달, 스타 게이트와 같은 천문 물체와 스테이션 및 일부 구조물, 그리고 유저가 허공에 저장한 위치(북마크)가 표시됩니다. 유저가 항성계 안에서 바라보는 것은 이러한 물체로 인해 만들어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항성계 사이의 거리가 수 광년씩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항성계 안 지점 사이의 거리는 수십 AU, 수천억 km를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거리를 일반적인 수단으로 통과한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있는 점 밖으로 벗어나려면 두 점 사이를 이어줄 수단이 필요하겠죠.


As You Warp.jpg


그 수단이 바로 흔히 말하는 워프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 안에서 볼 수 있는 것은...


Pretty Explosions.jpg


평소에 익숙하게 봐왔던 함선과 함선 주변 배경이 되는 것이죠.


즉, 유저가 바라보는 것은 자신이 존재하는 지점의 안쪽 공간, 주변에 존재하는 지점들, 그리고 그 지점들 사이의 연결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을 연결하는 수단, 즉 자신이 현재 있는 지점을 벗어나 다른 지점으로 가는 방법이 바로 워프와 점프인 것입니다.


이브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 배경과 분위기


항성계라는 것은 단순히 우주 공간에 별/행성/달 등이 떠있는 공간만은 아닙니다.

이 항성계의 배경에는 항성계마다 달리 적용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항성계 안에 유저들에게 적용시키는 규칙에 따라 달라지며, 그 항성계 안에 있는 유저들의 활동에 크나큰 영향력을 끼칩니다.


유저들의 눈에 가장 쉽게 띄는 분위기는 바로 지역(리전)에 따른 NPC의 분포로, 어떤 NPC 해적과 NPC 집단이 들어서있느냐에 따라 선호되는 함선과 재화의 종류가 크게 달라집니다.


유저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또다른 중요한 분위기는 바로 시큐 등급입니다.

이 시큐 등급이란 유저끼리의 공격에 반응하는 경찰력의 정도를 나타냅니다.

시큐 등급이 높은 하이 시큐 지역에서는 유저들끼리 서로 크게 반응을 하지 않으며, 시큐 등급이 낮은 로우 시큐 지역, 시큐 등급이 없으면서 직접 영토 소유가 불가능한 NPC 아우터 지역은 왕래하는 유저들 끼리의 충돌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장소입니다. 유저가 직접 영토를 소유할 수 있는 유저 아우터 지역은 입장에 따라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른데, 영토를 차지한 단체에 소속된 경우에는 집처럼 느껴지는 곳인 동시에 영토에 침입하는 측에서는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위험 지역으로 느껴지는 곳입니다.


Galaxy Map.jpg


(성계별로 영토를 표시한 은하계 지도. 성계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항성계끼리의 연결 구조 자체가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여러 성계로 스타게이트를 통해 연결되는 성계는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빈번하여 상업의 중심지가 되는 동시에 여러가지 사건 사고를 불러 일으키고, 반대로 연결되는 성계가 하나밖에 없는 곳은 막다른 성계(Dead End)라 하여 황량한 분위기를 띄는 동시에 지리를 잘 모르는 적을 추격하여 몰아넣을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의 역할을 겸합니다.


이외에도 성계에 존재하는 스테이션의 숫자와 종류, 성계에서 찾을 수 있는 자원의 종류, 성계에서 벌어진 싸움의 결과 등은 모두 그 성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변수입니다. 이러한 변수들은 지도의 컨트롤 패널에서 찾아서 확인해볼 수 있으며, 유저가 직접 제작하는 지도의 목적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브의 우주 안에서 유저는 과연 먼지일 뿐인가?


위의 예에서 생각해보면, 이브 온라인 안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공간 안에 존재하는 점과 선 사이의 관계로 요약해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광대한 공간도 점으로 줄어드는 세상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이런 공간 안에 존재하는 자신이 마치 점으로 줄어드는, 먼지처럼 되어버리는 기분을 느끼실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감정은 우주와 관련된 매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1990년,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요청에 따라 보이저 1호의 시점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은 "창백하고 파란 점"(Pale Blue Dot)이라 불리며, 크고 드넓게만 보였던 지구도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말 그대로 점이 되어버림을 상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본다면, 이브 온라인에서 유저는 점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점이 된다는 것은 유저가 존재하는 공간의 크기에 비해 유저 스스로의 크기가 작기 때문일 뿐, 유저라는 존재의 중요성이 먼지처럼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사진을 살펴보시죠.


Star Map 2.jpg

어느 행성에서 태양을 향해 워프하다가 중간 지점에서 위치를 저장(북마크)하고, 그 저장한 위치로 다시 워프한 장면입니다.


이렇게 허공에 뜬 유저를 중심으로 펼쳐진 반경 250km의 공간은 그 "유저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서버에 인식되며, 더이상 虛空이 아니게 됩니다. 여타 MMORPG 식으로 말하자면, 유저가 하늘로 뛰어오르자 그 유저의 중심으로 유저가 디딜 수 있는 땅이 새로 생기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지도에서 보이는 지점 이외의 공간은 그냥 낭비되는 공간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 虛空처럼 보이는 공간 속에는 사실 여러가지 숨겨진 지점들이 존재합니다. 흔히 "미션"이라 부르는 활동의 골자는 이런 지점에 숨어있는 해적들을 에이전트의 요청을 받아 처리하는 것이며, 이와 별개로 공간 안에 숨겨진 장소와 그 장소에 감춰진 재화를 찾아 나서는 활동을 "탐사"라고 합니다.


위와 같이 한 공간에 직접 들어가는 방법 외에도 유저는 태양, 행성, 달만큼 중요한 새로운 지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달 궤도에 설치하는 기지와 유저가 직접 건조하는 스테이션은 모두 유저의 손에 의해 탄생하는 새로운 지점이며, 수많은 활동이 벌어지고 많은 이들이 걸고 싸우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즉, 이브 온라인에서 정해진 "지도의 크기"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게임 내의 공간은 유저의 움직임과 활동에 의해 얼마든지 생겼다 없어졌다 할 수 있습니다. 유저의 손이 닿지 않은 공간은 虛空일 뿐이며, 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공간속의 지점을 직접 찾아가는 유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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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줄 요약:

1. 내가 보는 것은 모든 공간이 아니다. 내가 존재하는 공간, 주변에서 일이 벌어지는 지점, 그리고 그 지점 사이의 연결 관계이다.

2. 내가 보기에 큰 것도 멀리서 보면 점이 된다.

3. 점 사이를 연결하는 것, 즉 내가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 바로 워프와 점프이다.

4. 모든 항성계에는 항성계 특유의 분위기가 존재한다. 점이라 해서 다 같은 점이 아니다.

5. 나는 작다. 나는 점이다. 그러나 나는 먼지가 아니나.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다름아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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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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